본문 바로가기

우산에 얽힌 이야기(영국신사가 우산을 쓰는 이유)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게 당연하지요. 영국신사하면 중절모에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실거예요. 지금은 이런 모습을 떠올리지만 원래 영국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영국신사와 우산에 대해서 포스팅합니다




영국 귀족들의 우산이야기


17세기경 영국의 귀족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하나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우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유산 때문이었어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남자들은 우산을 쓰지 않았답니다.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남자들은 '여자 같은 남자'로 놀림감이 되었던 까닭입니다. 때문에 영국 귀족들은 망토에 이어진 두건만으로 비를 피해야 했고 왕후, 귀족은 우천시 결코 마차나 하인이 짊어진 이동 의자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군인들이 우산을 쓰지 않는 관습도 남자다움을 뽐내던 그리스 문화의 유산이라고 하네요. 1637년 방수 처리를 한 천으로 된 최초의 우산이 프랑스의 루이 13세를 위해 만들어졌고, 18세기 초엽 영국에서도 우산이 만들어졌으나 대중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우산을 직접 든다는 것은 여전히 천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18세기 초엽 비가 오는 날이면 영국 귀족들은 출입문에서 마차까지 걸어가는 동안 하인을 시켜 우산을 받치게 했고, 귀족의 영향을 받아 중산층 사람들도 비가 올 때 우산을 쓰지 않고 마차를 불렀습니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에서 이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으나 사람들은 그럼에도 우산이 아닌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이러한 관습은 18세기 중엽까지 계속되었으나, 런던의 박애주의자 존 핸웨이에 의해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신사 존 핸웨이는 1750년부터 날씨에 관계없이 외출할 때마다 꼭 우산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으며, 마차 주인들은 그에게 일부러 구정물을 튀겼죠. 당시 남자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않고 마차를 탔던 바, 우산이 보급되면 생계가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에 굴하지 않고 핸웨이는 30년 동안 우산을 들고 다녔습니다. 참으로 끈질기고도 눈물겨운 그의 노력은 마부들의 거친 항의를 무릅쓰고 우산 휴대를 대중화시키기까지 지속됐습니다. 핸웨이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점차로 남자들은 우산 사는 데 한 번 투자하는 것이 비가 올 때마다 마차를 부르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닌가 하네요. 당연한 것을 체면 때문에 고집을 부렸던 거죠. 핸웨이를 따라 우산을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 났고,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우산 휴대를 습관화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18세기 말엽 영국 신사라면 우산을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우산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구한말까지만 해도 비가 오면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채 일을 했습니다. 도롱이는 짚이나 풀을 이용하여 만든 오늘날의 우비와 비슷한 것으로,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허리에 둘러 무릎위까지 오게 하여 하체를 보호했고, 다른 하나는 목 둘레에 끈을 넣어 묶어서 어깨에 둘러 상체를 보호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우산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는 미국과 수교를 한 1882년 이후라고 합니다.그러나 우산이 대중화 되기까지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에서 우산은 왕 이하 상류층만이 양산을 겸한 의례용으로 사용하던 귀한 것이었고, 서민들의 사용은 금지되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엽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선교사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면 반감을 유발해 선교가 어려워진다고 말한 기록이 곳곳에 보일 정도이니까요. 그렇지만 우산이 전혀 엉뚱한 이유로 한때나마 유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1891년 배화학당에서 학생들이 쓰개치마 사용을 교칙으로 금지하자 맨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 없다고 자퇴하는 학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대신 얼굴 가리개용으로 검정 우산을 주어 학생들을 달랬는데, 그 펼쳐진 모양이 마치 박쥐와 같다고 해서 '박쥐우산'이라 했습니다. 


이후 다른 여학생들과 일반 부녀자들 사이에서 이 검정 우산을 멋삼아 쓰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 뒤 우산에 대한 금기가 풀리면서 우산을 과시용 삼아 들고 다니는 사람까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우리나라도 우산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평상시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우산도 과거에는 사용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네요.

현재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이상 영국신사와 우산에 얽힌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