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손목시계

  

지금이야 가벼운 선물로 주고 받을 정도로 보편화된 것이 시계지만, 

불과 1백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계는 특정 계층만이 지닐 수 있는 귀중품이었습니다. 

특히 손목시계가 나오기 이전의 회중시계는 부유하고 성공한 남성들의 상징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세기 중엽 유럽의 귀족 신사들은 회중시계를 꺼내 은근히 자랑하곤 했으나 

19세기 말경 회중시계가 대량 생산되면서 노동자들도 회중시계를 지니고 다니게 되었죠.

시계 시장은 고가품과 중저가품으로 양분화되었는데, 이것은 지금도 고급 시계와 중저가 시계로 양분화된 상황과 다름이 없죠. 

즉 어떤 귀중품이 대중화되면 이른바 '고급품'이 나타나 차별화 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청바지를 보면 오른쪽 주머니 안에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당시 남자들이 작업복으로 입던 청바지 안에 회중시계를 넣고 다니다 아예 회중시계 전용 주머니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해요.

 

이렇듯 시계를 많은 사람들이휴대하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으며, 

손목시계가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1915년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는 1790년 스위스에서 여성용으로 처음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지만 

대중화되지 못했고, 1880년 세계 최초의 남성용 시계가 스위스에서 독일 해군의 의뢰를 받아 제작되었지만 

이것 역시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격이 비싼데다 별다른 필요성을 못 느꼈던 까닭이죠. 

휴대용 시계의 대중화가 더딘 데에는 잘못된 고정관념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19세기 말엽 소형화 기술로 값싼 시계를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남자들이 사내답지못한 물건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여자들만 시계를 지니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러나얼마 뒤 독일 해군이 장교들에게 후갑판을 성큼성큼 걸어다니면서 주머니를 더듬지 말고 

손목에 시계를 차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남자들도 시계를 지니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손목시계유행의 결정적 계기는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1899년 10월 아프리카에서 보어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한 영국군 장교가 회중시계를 손목에 밴드로 묶고 다녔다고 해요. 

무장한 군복에서 그때 그때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귀찮았기 때문이죠. 

이 소식을 접한 스위스의 유명한시계 회사 오메가사는 1902년 손목시계를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회중시계가 19세기의 유행시계라면 손목시계는 20세기 상징적인 상품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메가 시계는 고가품이었기에 대중화되지 못하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특권처럼 지녔는데, 

이런 상황에서 1915년 스위스의 또 다른 시계 회사 티솟사가 중저가 고품질의 손목시계를 

생산 판매하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손목시계를 필수품처럼 차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이런 열기에 힘입어 티솟 시계는 파리, 제네바, 뉴욕 등지에서 열린 각종 전시회에서 대상을 독식했답니다.

스위스는 일찍 부터 시계를 유행시키는데 일조를 했고, 고가와 중저가 시장을 모두 아울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냈고, 그 노하우가 세월이 흘러 축적되면서 다른 나라가 따라 오지 못할 

브랜드 가치와 품질의 우수성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스위스 시계가 유명하게 된 이유랍니다. 

지금도 왠만한 스위스 시계라면 그 금액이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수두룩하지요.